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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오늘도 튼튼히 (175)
튼튼의 일기
글을 쓸 때는 적당히 시끄럽고 적당히 조용하고 적당히 달달한 마실 거리가 있는 카페로 향하곤 한다.프랜차이즈 카페를 좋아하진 않지만, 내가 주로 카페를 찾는 시간대엔 문을 여는 개인카페를 찾을 수가 없어 매번 괜찮은 카페를 찾아나서는 유목생활중. 집-병원-성당-집-병원-병원-병원... 의 일상에서 누리는 작은 사치. -----사치 매뉴얼-----1. 날씨를 살핀다. 비가 조금 오면 좋다. 폭우나 천둥번개는 무서우니 집에서 잠이나 잔다.2. 느낌이 괜찮으면 가방에 랩탑이랑 보조배터리, 원고지와 펜 한 자루를 챙긴다. 다이어리는 옵션. 케이블은 필수.3. 들어갈만한 카페를 매의 눈으로 물색한다. 3-1 사람이 너무 많으면 싫어요 3-2 매장이 너무 시끄럽거나 지저분해도 싫어요 3-3 커피가 맛있으면 좋지만 ..
성당에서 돌아오는 길, 러시아워를 막 지난 지하철 옆자리엔 술냄새를 풍기는 아저씨가 이마에 손을 짚고 무릎에 팔꿈치를 얹었다.남쪽으로 질주하는 지하철은 어느덧 한강을 가로지르고, 까무룩 졸다 정신을 차리니 신도림. 오늘따라 아무도 없는 집에 다녀왔어요, 외치며 문고리를 돌린다는 건 외로움을 자처하는 것 같아서오늘만은 왠지 그러기가 참 싫어서 집 근처를 하이에나처럼 배회했다 결국 들어간 곳은 버거킹, 그런데 사람이 어쩌나 많은지 삼십 분을 못 버티고 나와버렸네또 걷고 걷고 걸으며 나의 처량함을 묵상했고,김광석과 안치환과 이선희와 김현식의 노래들을 곱씹으며 커다란 외로움을 애써 밀쳐냈다 집에 들어오니 시곗바늘은 거만한 줄 모르고 고개를 한껏 치켜들고침대에 엎드려 노란 수면등을 켜고 랩탑을 두들기는 이 순간만..
네가 이타카로 가는 길을 나설 때 기도하라.그 길이 모험과 배움으로 가득한 오랜 여정이 되기를라이스트리콘과 키를롭스, 포세이돈의 진노를 두려워마라.네 생각이 고결하고 네 육신과 정신에 숭엄한 감동이 깃들면그들은 네 길을 가로막지 못하리니.네가 그들을 영혼에 들이지 않고 네 영혼이 그들을 앞세우지 않으면라이스트리콘과 키를롭스와 사나운 포세이돈그 무엇과도 마주치지 않으리. 기도하라, 네 길이 오랜 여정이 되기를.크나큰 즐거움과 크나큰 기쁨을 안고 미지의 항구로 들어설 때까지.네가 맞이할 여름날의 아침은 수없이 많으니.페키니아 시장에서 잠시 길을 멈춰 어여쁜 물건들을 사거라.자개와 산호와 호박과 흑단 온갖 관능의 향수들을.무엇보다도 향수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최대한.이집트의 도시들을 찾아가 현자들에게 배..
릴리알렌의 fuck you를 반복재생하며 청소를 했다.바닥을 쓸고 닦는 것은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고닭죽을 끓여먹은 냄비와 그릇과 수저들을 물에 불려 헹구어 내는 것 또한 신나는 일이다.-물론 나는 창틀 닦는 것을 가장 싫어하지만-오래도록 닦지 많은 창틀을 닦으며 미간을 찌푸리는 것만큼이나 멋진 일은 드물다고 생각하며,신발들의 먼지를 털어내고 아무렇게나 둘둘 말린 우산을 다시 갈무리해 정성스레 똑딱이를 채워 두는 것은 분명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바라면서도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독립은 정말로 정말로 멋진 일이다. 오늘도 면전에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올리지 못해 자꾸만 아른거리는 그들을 생각하며 릴리알렌의 노래를 듣는다. 나는 오늘도 멋진 하루를 보낼 것이다. 독립만세!
나는 당신의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가끔은, 아니 매일같이 당신을 미워합니다. 이젠 내 집이 된 이 작은 방에서 당신의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또 당신을 미워합니다.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도 지워지지 않는 화장실 구석구석의 곰팡이와 녹슨 쇠붙이와,창틀과 바닥재 사이에서 발견한 실핀 세 개와,세탁기 틈바구니에 물때가 바락바락 낀 인공눈물 케이스와,심지어는 이사 오고 이틀만에 출몰한 바퀴벌레 같은 것들- 내가 하는 청소는 어쩌면 당신의 흔적을 더듬는 것이며 어쩌면 당신의 흔적을 지워가는 것이겠지만 어찌되었는 나는 당신을 조금 더 미워해야겠습니다.전 세입자씨.
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자기반성을 게을리 하지 맙시다. 이기적인 인간들아.
제주도...!!!!내가 제주도에 한 번도 가 본 적 없다는 사실을 고백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라곤 한다. 세상을 그렇게 정처없이 떠도는 것 같아 보이는 사람이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걸까. 어쨌든 매번 이번만큼은 제주에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도 표를 끊기가 망설여진다.예전에는 '그 돈이면 동남아를 가겠어!' 라는 마음이었다면, 요즘은 미안함이 크다. 그 아이들이 닿아보지도 못하고 떠난 제주에 나는 놀러간다는게 미안하고,그 아이들의 엄마아빠들이 매번 길을 걷고 노숙을 하고 밥을 굶는데 나 혼자 신나겠다고 제주에 갈 마음을 먹는다는 게 미안하다.함께 길을 걸으면서도, 함께 길바닥에서 잠을 자고 함께 밥을 굶어도 헛헛한 마음은 그것으로 채워질 수 없는가보다. 나는 아마 앞으로도 오래도록 제주에 갈 수 없겠..
공항을 매우 좋아하는 나는, 사실 별 일이 없어도 가끔씩 공항에 다녀오곤 한다. 저번엔 자기부상열차 타고 용유도를 슥 둘러보고 오기도 했고. 이번엔 그래도 자동출입국심사등록! 이라는 큰 과업을 달성. F구역 올레로밍센터 옆, 사람이 없어서 정말로 십 초만에 끝났다. 전화번호 입력➡️지문등록(양쪽검지)➡️사진촬영➡️끝! 이제 출입국은 십 초 컷. 늘 마음만 있었던 공항CGV에서 영화도 봤다. 무려 정글북. 나까지 모두 여덟 명밖에 없어서 고즈넉하고 좋았더랬다.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가 검은사제들이었으니 말 다 했지!
신경치료는 진행, 남은 건 사랑니 발치와 크라운. +임플란트
새로 만든 회복왕 김튼튼의 병원여행. 굉장히 많은 양의 글을 이곳에 쓸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어쨌든 하루만에 다시 찾은 연세건우병원..! 어제만큼 사람이 굉장히 많았고, 어제처럼 대부분은 어르신들..(됴륵..) 진료를 보기 전 MRI를 먼저 찍었는데, 장비가 좋아진건지 예전보다 훨씬 빨리 끝났다. 슬프게도 원통 안의 소리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되지만. 또 얼마를 기다렸나, 한참 후에 내 이름을 부른 진료실에선 생각보다 충격적인 결과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도 당연히 하나인 줄만 알았던 신경종은 2번과 3번 사이, 3번과 4번 사이 이렇게 두 개나 내 발에 사이좋게 자리잡고 있었고 4번과 5번 사이 근육에는 염증도 있었다. 헐. 속으로 몇 번이나 '헐 대박!'을 외치는 가운데,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