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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시 (13)
튼튼의 일기
지은 죄가 많아흠뻑 비를 맞고 봉은사에 갔더니내 몸에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손등에는 채송화와무릎에는 제비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야윈 내 젖가슴에는 장미가 피어나뚝뚝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에가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이토록 가시 많은 나무에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라고 장미는 꽃에서 향기가 나는 게 아니라가시에서 향기가 나는 것이라고가장 날카로운 가시에서가장 멀리 가는 향기가 난다고 장미는 시들지 않고 자꾸자꾸 피어나나는 봉은사 대웅전 처마 밑에 앉아평생토록 내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가시를 힘껏 뽑아내려고 하다가슬며시 그만두었다 정호승, 가시
눈 먼 손으로나는 삶을 만져보았네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나는 미소지었지이토록 가시가 많으니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김승희, 장미와 가시
나의 밤기도는길고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을 뜨는 건믿을 수 없을 만치의축원. 갓 피어난 빛으로만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내 사람아. 쓸쓸히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이적지 못 가져 본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나 살거니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먼 하늘에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기쁨이 있단다.나의 사람아. 너를 위하여, 김남조
날려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웁니다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당신께서 저희를 사랑하듯저희가 아이들을 사랑하듯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저희가 당신께 그러하듯아이들이 저희를 뜨거운 가슴으로 믿고 따르며당신께서 저희에게 그러하듯아이들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거짓없이 가르칠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아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저희가 있을 수 있듯저희가 있음으로 해서아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게 해 주십시오힘차게 나는 날개짓을 가르치고세상을 올곧게 보는 눈을 갖게 하고이윽고 그들이 하늘 너머 날아가고 난 뒤오래도록 비어있는 풍경을 바라보다그 풍경을 지우고 다시 채우는 일로평생을 살고 싶습니다아이들이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저희를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저희가 더더욱 아이들을 사랑할..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내 울음 아직은 노래가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지하도 콘크리트 벽 좁은 틈에서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있다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소리가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계단을 타고 이 땅 밑까지 내려오는 날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귀뚜라미, 나희덕
물 먹는 소 목덜미에할머니 손이 얹혀졌다.이 하루도함께 지났다고,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서로 적막하다고 묵화, 김종삼 탁월한, 이라는 말로는 절반도 표현하지 못 할 만큼 뛰어난 속도조절,할머니와 소와 물과 저녁놀과 논바닥이 절로 그려지는 묘사,애처로울만큼 아련하고 애틋한 마무리.시를 이렇게 구석구석 뜯어서 살펴보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그리하지 않고 지나치기엔 너무도 아쉬운 시다.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바로크 시대 음악 들을 때마다팔레스트리나 들을 때마다그 시대 풍경 다가올 때마다하늘나라 다가올 때마다맑은 물가 다가올 때마다라산스카나 지은 죄 많아죽어서도영혼이없으리 라산스카, 김종삼
가난한 내가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눈은 푹푹 날리고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나타샤와 나는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내 이름은 스물 두 살한 이십 년쯤 부질없이 보냈네. 무덤이 둥근 것은성실한 자들의 자랑스런 면류관 때문인데이대로 땅 밑에 발목 꽂히면나는 그곳에서 얼마나 부끄러우랴?후회의 뼈들이 바위틈 열고 나와가로등 아래 불안스런 그림자를 서성이고알만한 새들이 자꾸 날아와 소문과 멸시로 얼룩진잡풀 속 내 비석을 뜯어먹으리 쓸쓸하여도 오늘은 죽지 말자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말없는 찬사이므로. 장정일, 지하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