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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오늘도 튼튼히 (175)
튼튼의 일기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내 울음 아직은 노래가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지하도 콘크리트 벽 좁은 틈에서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있다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소리가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계단을 타고 이 땅 밑까지 내려오는 날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귀뚜라미, 나희덕
물 먹는 소 목덜미에할머니 손이 얹혀졌다.이 하루도함께 지났다고,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서로 적막하다고 묵화, 김종삼 탁월한, 이라는 말로는 절반도 표현하지 못 할 만큼 뛰어난 속도조절,할머니와 소와 물과 저녁놀과 논바닥이 절로 그려지는 묘사,애처로울만큼 아련하고 애틋한 마무리.시를 이렇게 구석구석 뜯어서 살펴보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그리하지 않고 지나치기엔 너무도 아쉬운 시다.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바로크 시대 음악 들을 때마다팔레스트리나 들을 때마다그 시대 풍경 다가올 때마다하늘나라 다가올 때마다맑은 물가 다가올 때마다라산스카나 지은 죄 많아죽어서도영혼이없으리 라산스카, 김종삼
가난한 내가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눈은 푹푹 날리고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나타샤와 나는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내 이름은 스물 두 살한 이십 년쯤 부질없이 보냈네. 무덤이 둥근 것은성실한 자들의 자랑스런 면류관 때문인데이대로 땅 밑에 발목 꽂히면나는 그곳에서 얼마나 부끄러우랴?후회의 뼈들이 바위틈 열고 나와가로등 아래 불안스런 그림자를 서성이고알만한 새들이 자꾸 날아와 소문과 멸시로 얼룩진잡풀 속 내 비석을 뜯어먹으리 쓸쓸하여도 오늘은 죽지 말자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말없는 찬사이므로. 장정일, 지하인간
이 세상에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이 있을 뿐이다 누구도 앞서가지 않은 길은 없다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마라두려워 하였지만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 조차도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이 아니다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처음 가는 길, 도종환
짠! 벌써 일주일이 지나 병원으로. 진료는 따로 보지 않고 체외충격파만 받고 왔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체외충격파가 '충격'파인 이유는 충격적으로 아파서 그런 것이 분명하다) 저번보다 치료기를 더 세게 튼 건 아닌 것 같은데, 저번보다 훨씬 아파서 이번엔 sos를 치고 강도를 낮췄다. 2000타.. 였나? 두 번째라곤 하지만 뼛속 깊은 곳을 쇳덩이로 때리는 것 같은 기분나쁜 통증과 딱딱딱딱.. 반복해서 들려오는 소음은 익숙해지기 어려웠다. 치료기를 여기저기 옮기면서 아픈 곳 말씀하세요, 하시는데 '네 거기 아파요. 어..! 네 거기도 아파요! 아이구 네 거기도 아픈 것 같아요.. 아 여기는 진짜 아파요!!' 의 반복. 상태가 좋지 않은 곳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아프다고 하는데, 1번도 아프고, 1번 ..
딜레마 (dilemma)「명사」 「1」선택해야 할 길은 두 가지 중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곤란한 상황. ‘궁지02’로 순화. ¶ 딜레마에 빠지다.「2」『논리』=양도 논법. 표준국어대사전이 말하길 딜레마는 이런 것이라고 한다.그렇다! 순화하여, 나는 궁지에 몰렸다.작년 늦여름 즈음부터 상담사를 만나고 있는데, 어쩌면 꼭 그런 인간들만 만나는지.안 만날 수는 없고, 만나면 늘 이런 사람들. 첫 번째로 만났던 상담사는 네 번을 만났다. 상담센터나 그런 곳은 아니었고 개인적으로 대학 상담실을 빌려서 진행.건너건너 연결된 사람이라 보편적인 상담보다 상담비가 저렴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지만,사람이 영 아니었다. 첫 만남부터 '선생님이 성격이 좀 급해~'..
너는 매번 전갈자리처럼 나에게 왔다
아이폰을 여기저기 뒤져보다가 폴더 구석에 굉장히 오랫동안 방치해 놓은 star walk를 발견.중학생때는 '난 저 어플 쓰려고 아이폰으로 바꿨어' 라고 말하고 다녔을만큼 애착이 컸었는데 언제부턴가 하늘 한 번 올려다 볼 여유가 없었다. 어쨌든 오랜만에 들어간 스타워크는 서울에선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선명한 은하수가 손바닥만한 아이폰 화면을 가득 메웠고 2013년 여름, 묘한 조합의 지리산을 나는 또 기억해냈다.고기와 맥주를 엄청나게 사서 들어간, 엠뷸런스도 못 들어온다던 그곳. 2박 3일이었나, 3박 4일이었나. 해질녘부터 등 배기는 자갈밭에 누워 해뜨기 직전까지 바라봤던 별들을,어느새 이슬 맺혀 젖어버린 망원경을 걱정하며 먹었던 왕뚜껑을, (그리고 그걸 뺏어먹었던 별이를,)한참을 걸어 캬라멜콘땅콩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