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의 일기

20160707 본문

일기

20160707

회복왕 김튼튼 2016. 7. 8. 00:18


성당에서 돌아오는 길, 

러시아워를 막 지난 지하철 옆자리엔 술냄새를 풍기는 아저씨가 이마에 손을 짚고 무릎에 팔꿈치를 얹었다.

남쪽으로 질주하는 지하철은 어느덧 한강을 가로지르고, 까무룩 졸다 정신을 차리니 신도림. 


오늘따라 아무도 없는 집에 다녀왔어요, 외치며 문고리를 돌린다는 건 외로움을 자처하는 것 같아서

오늘만은 왠지 그러기가 참 싫어서 집 근처를 하이에나처럼 배회했다


결국 들어간 곳은 버거킹, 그런데 사람이 어쩌나 많은지 삼십 분을 못 버티고 나와버렸네

또 걷고 걷고 걸으며 나의 처량함을 묵상했고,

김광석과 안치환과 이선희와 김현식의 노래들을 곱씹으며 커다란 외로움을 애써 밀쳐냈다


집에 들어오니 시곗바늘은 거만한 줄 모르고 고개를 한껏 치켜들고

침대에 엎드려 노란 수면등을 켜고 랩탑을 두들기는 이 순간만큼은 그래도 따스하니 다행이구나, 생각한다.



내일도 오늘만큼만 평화롭기를.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0708  (0) 2016.07.08
작은 사치 매뉴얼  (0) 2016.07.08
청소의 멋짐  (0) 2016.07.07
당신의 얼굴을 본 적 없는 나는  (0) 2016.07.06
썅!  (0) 2016.07.06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