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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의 일기
딜레마 본문
딜레마 (dilemma)
- 「1」선택해야 할 길은 두 가지 중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곤란한 상황. ‘궁지02’로 순화.
¶ 딜레마에 빠지다. - 「2」『논리』=양도 논법.
표준국어대사전이 말하길 딜레마는 이런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 순화하여, 나는 궁지에 몰렸다.
작년 늦여름 즈음부터 상담사를 만나고 있는데, 어쩌면 꼭 그런 인간들만 만나는지.
안 만날 수는 없고, 만나면 늘 이런 사람들.
첫 번째로 만났던 상담사는 네 번을 만났다.
상담센터나 그런 곳은 아니었고 개인적으로 대학 상담실을 빌려서 진행.
건너건너 연결된 사람이라 보편적인 상담보다 상담비가 저렴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지만,
사람이 영 아니었다.
첫 만남부터 '선생님이 성격이 좀 급해~'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정말로.. 정말로 성격이 급했다.
신뢰관계를 쌓도록 기다리기는 커녕 이것저것 캐묻는 게 너무도 불편했고,
그마저도 두 번째 상담소로 넘겨지며 (나의 의견은 묻지도, 물을 상황도 아니었다) 어영부영 종결.
두 번째로 만났던 상담사는 가까스로 3회기 진행.
어, 그러니까, 이분은, 아니 이 사람은, 정말이지 너무했다.
배려까지 바라지 않았다고 하면 내숭이겠지만.. 그녀는 정말 너무했다.
아무리 그런 일을 하는 기관이라고는 하지만 첫 상담부터 나를 너무 많이 힘들게 했다.
따지고 보면 상담도 아니고 법률지원 정도였지만.
나의 마음이나, 감정이나, 나름의 속도 따위는 그들의 관심 밖이었고 나는 오로지 '피해자'로서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상황을 묘사하며,
그것으로 말미암아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얼만큼의 후유증에 시달리는지, 자살충동은 얼마나 드는지 따위의 것들을 수치로 대입해가며 설명해야 했다.
고작 세 번의 만남으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뭘 먹어도 소화를 못 시켜서 하루에 한 끼, 이틀에 한 끼를 죽지 않을 만큼만 겨우겨우 밀어넣었고
설상가상으로 매일 꾸는 악몽과 몸 여기저기 올라오는 스트레스의 표징으로 매일같이 한 움큼이 넘는 약을 집어삼키며 겨우겨우 버텨냈다.
이맘때쯤 감정기복도 너무 심하고 우울함이 극에 달아 신경정신과도 알아봤었다. 상담과 동시에 그것도 그만뒀지만.
이 상담소에서 말미암은 일들로 내 삶은 많이 달라졌다. 살아내려면 달라져야만 했다.
세 번째로 만난, 그러니까 지금 만나고 있는 상담사와는 지금까지 무려 여덟 번을 만나고 종결.
긴 여행을 마치고, 아무런 베이스가 없는 상태에서 다시 삶을 이어간다는 건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가장 처음으로 한 일은 집 계약, 두번째로 한 일은 상담소 컨텍.
집이며 이것저것 구매할 게 많아 초기자금이 부족했던터라 정부지원을 받는 상담소를 택했다.
처음 받았던 상담의 거의 1/10수준의 상담비용. 이곳을 고른 것은 솔직히 전부 돈 때문이었다.
1회기부터 5회기 정도까지는 탐색전으로 지나갔다 치고,
사람이 그리웠던지 나는 너무 일찍 마음을 열어버렸고 또 후회했다. 이번에도 아니였다.
나를 편하게 대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점차 나를 하대하기 시작했다.
본인이 상담시간을 잊어버리고 다른 일정을 잡아놓곤, '지금 바쁘니 오후 두 시쯤 해 주겠다'따위의 말을 던진다던가,
(상담소는 집에서 상당히 멀고, 그가 제시한 시간은 약속한 시간으로부터 무려 4시간 뒤였고, 그때 상담을 '하면' 어떨까, 라고 해도 기분이 나쁠 마당에 '해 주겠다'라니!)
본인의 편협한 가치관을 상담중에 드러내며 나에게 그것을 가르치려 든다던가,
몇 번 만난 뒤부터는 (심지어)상담시간에 졸기 시작했다.
처음 두 번 정도는 그럴 수도 있지, 싶어 상담시간을 오전에서 오후로 옮겼다.
그래도 졸았다. 나중엔 아주 대놓고 잤다. 존댓말도 쓰기 싫다. 몇 번이고 박차고 나가고 싶은 걸 참았다.
그렇게 세번째 상담도 처참하게 마무리.
나중에 그를 만난다면 '당신은 상담사로서 완전히 꽝이에요'라는 말을 꼭 해 주고 싶다.
나는 늘 내가 인복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주위에는 좋은 사람들이 참 많지만,
돈을 매개로 만난 인간들은 늘 이 모양 이 꼴이다.
오늘의 교훈 1. 인간관계를 돈으로 맺는 것을 지양하자.
2.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돈 아끼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