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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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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많아진건지, 그리움이 커서였는지, 그렇게나 많이 소중한 사람이었던건지.
며칠동안 멈출 줄 모르는 눈물에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그날은 공부를 좀 하다 들어가는 길에 헌혈을 할 참이었다.
얼마 전에 두 자릿수를 채운 헌혈은 세상에 남아있을 이유를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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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서 정말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이름을 확인하고 반가이 확인한 메세지함의 내용은 당혹스러웠다, 고밖에.
듣다 만 인강을 두고 핸드폰을 부여잡고 울었다. 그렇게 울다 울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겠다 싶어 랩탑을 대충 정리해서 사무실 책상에 던져두고 밖으로.
그대로 명동까지 뛰어가서 은행에 들렀다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지만 그래도 지금 입고있는 옷은 너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유니클로에서 셔츠를 샀다. 매장에서 바로 갈아입고 지하철역으로. (아마 그렇게 갔다면 오래도록 미안했을거라고 생각한다)
지하철에서도 많이 망설였다. 그쪽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탔다가, 도저히 못 갈 것 같아 다시 반대방향으로 갈아탔다가, 또 내려 반대로. 갈아타는 역에서도 몇 대를 그냥 떠나보냈다. 그리고 결국 도착한 그곳에선 또 쏟아지는 눈물에 한 걸음도 뗄 수 없었다. 저 문턱을 넘으면 그녀가 있겠지 싶어서.
결국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건넨 날로부터 달이 여섯 번 차고 기운 뒤에야 만난 그녀와의 인사는 맞절이었다.
중학교 학부모님들과 몇 시간, 처음 뵙는 분과 또 몇 시간. 몇 무리를 차례로 배웅하고 나니 시간은 어떻게 지나는 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밤을 지새우고 다음날 오후에 돌아온 서울. 도저히 집으로 향해지지 않는 발걸음에 센터로 갔다. 듣다 말았던 인강을 마저 들으려 했으나 눈에 들어올 리는 만무했고, 결국 집으로. 또 한참을 울다 그대로 쓰러져서 스무 시간 가까이를 내리 잤다.
일어나서 정신을 좀 차리고 보니 유난히 무거운 왼쪽 눈꺼풀에는 또 염증이 보이고. 학교에서 나를 몇 번이나 괴롭혔던 그것이었다. 주말이라 병원도 마땅찮아서 약국에 갔다. '술 마시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받아든 약 두 통.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는데도 밥을 먹다가 밥이 잘도 들어가는 내가 야속해서 울고, 설거지를 하다가도 샤워를 하다가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얼굴 얼굴들에 눈물이 났다.
416가족들에게 오랜 시간 마음 보태어 온 사람으로서 조금은 익숙해진 종류의 아픔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만나본 적 없는 이였음에도- 너무도 소중한 사람의 가족인 한 사람의 부재 앞에 일상을 찾아간다는게 이상하리만치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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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 쓰러지듯 침대에 누워 못 다 울었던 울음들을 울어내는데 연락이 왔다.
김관홍 잠수사가 아이들 곁으로 먼저 갔다고. 장지는 벽제승화원이라고.
'바다호랑이' 김관홍,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게 작년 가을이었나, 겨울이었나.
또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에 꽉 막혀버린 듯한 가슴을 내리치는 것 외에는 한참을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지금껏 뭘 해온 걸까. 내가 해 왔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다 무엇이었을까.
결국 그분의 마지막 가는 길엔 함께하지 못했다.
사실은 또 그 커다란 상실을 감당해낼 기운이 없어서였지만,
내 몸이 아프고 힘들다는 핑계로 나는 곱씹으며 미안해 할 일을 또 만들어버렸다.
시간은 야속했고, 비정했고, 무엇보다 빨랐다. 앞으로도 그렇게 흘러갈 세상이 두렵다. 당연했던 하루하루의 흘러감이 새삼 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