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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의 일기
반반북스 본문
며칠에 전 일을 그만두고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느지막히 시작하는) 아침이었다.
8시가 좀 넘었나, '카톡!'하는 알람에 부스스 눈을 비비고 홈 버튼을 누르자 생경한 이름이 알림창에.
'유지연'
지연.. 지연이라. 김지연, 문지연, 목지연, 최지연, 이지연, 이지연, 또 이지연, 이지연 한 명 더, 우지연.. 유지연?
하필이면 내 연락처에 가장 많은 동명이인 '지연'.
수많은 '지연'씨들에게 연락 올 일이 딱히 없었기 때문에 대충 친구 '지연'이나 후배 '지연'이겠거니 하고 다시 눈을 붙였다.
한 시간쯤 더 잤나, 그제서야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가스렌지에 냄비를 올린 뒤에야 집어든 휴대폰.
아직도 확인하지 않은 노란 알림창. '유지연'
무심결에 채팅창에 들어갔다.
"깨톡 안 함?"
'카톡 안 한다'는 내 상태메세지를 보고 찔러 봤을 네 글자, 어디선가 풍겨오는 어른냄새.
아, 반반!
뒤늦게 깨달은 '지연'씨의 정체. (자칭)책벌레 지연씨.
일 년 전, 학교를 다닐 때 인터뷰하러 한 번 갔었던 그곳. 언젠가 엽서 한 장을 보냈던 것 이외에는 연락도 왕래도 없었는데,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렇게 뜬금없이!
길지않은 대화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으며, '언제 한 번 놀러오라'는 뻔한 끝맺음.
그렇게 나중에 언젠가 가야지, 하고 끝.. 났으면 정말 언젠가 만났겠지만, 우리는 모두의 생각보다 훨씬 빨리 만나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 날 미루던 사직서를 써 내고 기분이 너무 좋았던 나는,
기분이 좋으면 책이 있는 곳(서점, 헌책방, 도서관..)을 찾는 습관 때문에 그렇게 반반을 떠올려버린 것이다.
노원까지는 한 시간 남짓.
사직서를 제출한 현재시간 다섯 시.
반반은 일곱 시까지.
'그럼 됐네!'
하고 출발. 노원역은 일 년전과 똑같은 냄새가 났다.
그래도 한 번 가 본 길이라 그랬는지
나는 작년처럼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 길을 헤매지 않았으며,
반반의 두 개의 문 가운데에 책방지기님의 테이블 바로 옆에 있는 문을 열지도 않았다.
동그란 안경, 줄무늬 티셔츠,
'닮진 않았지만 왠지 책방지기님같은'그림과 은근 닮은 얼굴,
이 동네 상가랑 이유없이 참 잘 어울리는,
반반-한 책방의 반반한 책방지기.
짧은 아이컨텍, 반가운 인사.
그녀는 나의 우렁찬 반가움(!)에 잠시 당황한 표정을 띄우더니, 안경을 올려 쓰며 '저.. 누구시죠..?'라고 물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오늘 아침에 '깨톡'을 나눈 상대란 걸 알아챈 그녀는 곧 실소를 터뜨렸고.
그렇게 마주앉은 우리는 오렌지주스를 사이에 두고 그간의 일들을 이야기하며 종종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그녀는 동그란 안경 너머로 '요즘의 화두는 뭐냐'고 아무렇지 않게 물었고,
내 나이가 눈부셔서 못 쳐다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학교 밖에서 '화두'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본 나는 잠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살짝 현자타임)..
어찌 되었든 40분짜리의 급 만남은 그렇게 잘 성사됐고 십원짜리가 빵빵한 지갑을 그러안고 돌아오는 길은 지갑의 무게만큼이나 따스했다.
어쩌다보니 선물받은 <혼자여도 좋아 서귀포 140일>. 천천히 읽으려고 했는데 지하철에서 다 읽어버림...
반반 다녀온 지는 벌써 일주일이 훨씬 지났는데 완전 뒷북 포스팅.
이런저런 일이 많아 하루에 한 줄, 두 줄 쓰다보니 글도 뒤죽박죽..
(게다가 급 마무리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