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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의 일기
잠수병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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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늘 몸보다 앞서곤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인천공항 입국장에 발을 내딛던 순간부터 나의 귀국을 동네방네 알리고 싶었고, 그리운 사람들과 삼겹살을 뒤적이고 싶었다.
못 먹었던 녹차빙수와 후라이드치킨을 사이에 두고 앉을 사람이, 익숙한 언어로 몇 시간이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못 견디게 그리웠다.
그러나 그때의 나에게 삼겹살보다, 녹차빙수나 치킨보다 더 필요했던 것은 시간이었다.
울렁이는 마음을 가라앉혀 거뭇거뭇한 앙금과 맑은 물을 분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나를 떠날 수밖에 없게 한 사건과 사람들에게서 멀어져 나만을 쳐다볼 시간이 절실히도 필요했다.
성격 급하고 사람 좋아하는 내게는 정말이지 힘겨운 시간이었다.
허나 '마음은 늘 몸보다 앞서'있기 때문이었는지, 마음이 요란해질 때면 으레 몸이 아팠다.
의사 입에서 그러다 죽어요, 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나는 닥치고 의사 말을 듣기로 했다.
한동안 생산적인 일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식전 약 먹고, 밥 먹다가 식간 약 먹고, 밥 먹고 식후 약 먹고 내내 글쓰고 책 읽고 노닥거리고 웹서핑하며
하루는 인간이 얼마나 심심할 수 있나 궁금해서 하루종일 누워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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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깊은 물 속을 오가는 잠수사들은 결코 한번에 뭍으로 올라오지 않는다.
해구에서 나오는 방법은 바닥을 박차고 단숨에 치오르는 게 아니라,
심장이 곧 터져버릴 것만 같아도 호흡을 가다듬고 한 박자 한 박자 몸의 속도를 따라가는 것이다.
그래야 잠수병에 걸리지 않는다. 잠수사에게 잠수병은 죽음과 동의어로 쓰인다.
그제서야 저만치 앞서가던 마음이 한참 멀어져 있는 몸에게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리고 손을 맞잡았다. 몸을 일으켜 세웠다.
몸과 마음은 그제서야 같은 자리에 섰다.
몸은 마음의 속도를 따라, 마음은 몸의 속도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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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를 이루는 것은 때때로 모든 일의 전부가 된다.
나는 조화롭게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