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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의 일기
물 흐르듯 본문
초여름이었나, 하늘이 높고 해가 포근한 날이었다.
발길 가는 대로 걷다 보니 성당이었고,
마침 미사시간이었고,
몇 달 유럽여행을 다니며 성당이 익숙했던 터라 미사를 함께 드렸다.
'주님과 함께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신부님의 파견에 이어 파견성가.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고 일어서려는데
회색 베일을 쓴 나이 지긋한 수녀님이 나를 불렀다.
'청년이에요?'
물으시며 건넨 기도모임 리플렛 한 장.
그리고 물 흐르듯 이어진 대화.
'본명(세례명)이 어떻게 돼요?'
'세례 안 받았습니다.'
'그래요? 예비신자시구나~~'
'예비신자도..아닙니다.'
'아, 그래요? 혹시 세례 안 받을래요?'
'그럴까요?'
...그렇게 물 흐르듯 성당 사무실로.
'매주 수요일 7:30, 교육관 305호, 6개월 과정'
한 장의 메모지를 받아들고 사무실을 나왔고
전화번호를 교환하며 그제서야 수녀님의 성함을 들었다.
세속명은 성도 이름도 알려주지 않으시고 그저 미카엘라 수녀, 라고만.
좋은 이름이네요, 하고 웃으며 함께 걸어 성당을 나왔다.
그렇게, 12월 초 성탄대축일을 앞두고 세례를 받게 됐다.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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