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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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튼튼의 병원여행

양지병원(1,2)

회복왕 김튼튼 2016. 7. 27. 13:57


오늘은 7월 28일이다. 그간의 정신없음을 이제서야.


혼자 사는 이에게 몸이 아프다는 것은 서러움이라고 하지만, 

그날의 내가 느꼈던 것은 두려움이었다. 


근 일년을 데리고 살았던 쌍둥이 신경종이 문제가 아니었고, 

매번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병원비도 사실 큰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병원비는 이제 포기함..)

몸이 정말로, 완전히, 구석구석 완벽하게 몽땅! 망가져버렸다. 

'큰 병원 가셔야 됩니다' 하는 건 메디컬드라마에서나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러니까, 갑작스러웠다. 

금요일엔 평생 모았던 열두 장의 헌혈장 중 열 장을 모아 소아암협회에 보내고, 

그래도 아직 쓸만한 나의 혈관과 심장에 감사했다.


그리고 다가온 월요일, 여느 날과 같은 일상에 순식간에 나타난 증상. 

등줄기를 따라 물 흐르듯 흐르는 식은땀, 

머릿속 깊은 곳을 쥐어짜는듯한 통증, 

점점 그러나 빠르게 바깥에서부터 페이드아웃되는 시야,

그렇게 힘이 풀리는 팔다리.


119를 부를까 하다 겨우 두 발로 걸어간 병원에선 혈압을 재고, 채혈을 하고, 흉부x-ray와 심전도검사까지 마친 후에 진료의뢰서를 쥐여줬다. '본원 검사 결과에는 이상이 없으니, 정밀검사 의뢰드린다'고. 지금 큰 병원 신경과로 가시라고. 


그렇게 찾아간 양지병원.

신경과며 순환기내과, 영상의학과, 중앙생리검사실.... 병원을 돌고 돌고 돌고. 

'이런 증상 방치했다가 부정맥으로 한번에 가는사람 많이 봤다'는 교수님의 협박 비슷한 말을 빌리자면, 정말 큰일날 뻔 했단다. 피를 뽑고 또 뽑고, 바로 심장초음파 검사에, 뇌혈관CT에..... 병원비도 병원비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일들이라 놀라고 어이없고 겁나고 빡치고(?) 심란하고. 사실 큰 병원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고 압박감이라, 무섭기도 많이 무서웠다. 

병원나이 1n살인 내가 어느 진료과에 가도 늘 듣는 말. '젊은 분이 왜 벌써...'


한 시간에 한 번 꼴로 몸에 바늘을 꽂고, 씨티 조영제는 팔뚝 정맥에 실패해서 (그 두꺼운 카테터를..!) 결국 손등으로 집어넣고. 조영제는 진짜 정말 끔찍했다. 차라리 MRI를 열 번 찍고 말지 싶을 정도로. 


결국 해질녘에 되어서야 나선 병원, 

가슴에 기계와 전선들을 주렁주렁 달고 귀가하는 일은 끔찍히도 두렵고 기분나쁜 일이었다.


​이런 종이 몇 장을 더 받았다. 진짜 정신없었다. 

하도 급하게 나오느라 가방은 무슨, 핸드폰에 지갑만 달랑 들고 나와서 영수증이며 순서표 예닐곱장을 손에 쥐고.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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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화요일, 다시 병원을 찾아 신경과에서 CT결과를 듣고. 

다행히도 혈관은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을 정도라고 했다.

심혈관센터에서 24시간을 꼭 채운 홀터를 떼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떼자마자 전자파 샤워함..!

24시간 심전도모니터링과 혈액정밀검사 결과는 아직도 한참을 더 기다려야 나온단다.



며칠을 연달아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들었던 중앙생리검사실. 

이제 간호사샘이 날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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