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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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통조림

회복왕 김튼튼 2017. 6. 15. 18:35


통조림 속에는 내가 많다

뼈와 살이 모두 흐물흐물 잘 절여져

이제 웬만한 일에도 썩지 않는


통조림 속에는 겨울이 가지 않는다

모가지가 달아나 표정이 없다

부패하지 않아 지루한

나를 벗어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생활이다

이 동그란 관 앞에서

나는 썩지도 않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잘 조려낸 꽁치 한 토막을 삼키면

등 푸른 꽁치가 싱싱하게 살아 돌아올 것만 같은

은빛 칼날 앞에서 살겠다고 팔딱거리며

가슴에 뚫린 구멍들 속으로 숨어 들어갈 것만 같은


이 슬픔 한 통을 다 먹어치우면

내일 아침에는 정말 괜찮을 것이다



                     꽁치통조림, 이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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