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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왕 김튼튼 2017. 6. 13. 19:54


'그러니까, 부모님은 부모가 될 준비가 안 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준비가 된 채로 부모가 되는 사람은 없어-'


지난주에 이렇게 말했던 상담자가,


'부모가 될 준비가 안 된 사람.. 이었던 것 같네.'

라고 했다.
지난번엔 그러지 않으셨잖아요, 하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단다.




그럼에도 뜻밖의 울렁울렁한 지점들은 맘을 간질이기에 충분했고.

'엄마가 너무 무능하다..'

'언니도. 더 화냈어야지. 같이 고소하자, 이렇게 무능한 사람이 무슨 엄마냐, 그렇게 했었어야지.
너를 모르는 나도 이렇게 화가 나는데. 더 화냈어야지.'

'솔직히 지금 맘으로는, 아빠 고소하자고 부추기고, 엄마 불러와서 화내고싶어. 애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당신이 엄마냐고..'


나는 아마, 나 대신 화를 내 줄 한 사람이 필요했었나보다. 화나는 만큼 화 내지 못하는 내가 조금은 슬펐나보다.


흔히 보는 내담자들을 생각했을 그녀에게 나는 아마 어려웠을 것이다. 가정의 회복을 원치 않아요, 저는 더 분리되고 더 멀어져야겠어요- 라는 말을 이제야 받아들이기 시작인 것 같아 다행이다.
어렵다. 너무 어렵다. 다시 살갗을 한 겹 벗겨내야 한다는 사실은 또 나를 두렵게 한다.





정말로 슬픈 슬픔의 끝에는 슬픔이 없었고,
정말로 외로운 외로움의 끝에는 외로움도 없었다
정말 깊은 절망의 늪에는 이미 절망이 죽어 없었고
정말 깊은 공허 속에는 공허조차 없었다


그녀에게 건넸던 말.
나는 지금 그 무아의 세계를 유영하고 있다고 했다.
허망하고 또 허망하다고 했다
막막하고 더 막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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