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당신의 얼굴을 본 적 없는 나는
회복왕 김튼튼
2016. 7. 6. 14:03
나는 당신의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가끔은,
아니 매일같이 당신을 미워합니다.
이젠 내 집이 된 이 작은 방에서 당신의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또 당신을 미워합니다.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도 지워지지 않는 화장실 구석구석의 곰팡이와 녹슨 쇠붙이와,
창틀과 바닥재 사이에서 발견한 실핀 세 개와,
세탁기 틈바구니에 물때가 바락바락 낀 인공눈물 케이스와,
심지어는 이사 오고 이틀만에 출몰한 바퀴벌레 같은 것들-
내가 하는 청소는 어쩌면 당신의 흔적을 더듬는 것이며
어쩌면 당신의 흔적을 지워가는 것이겠지만
어찌되었는 나는 당신을 조금 더 미워해야겠습니다.
전 세입자씨.